초록
역사가 할퀴고 간 식민지 조선 여성들의 상처와 발자취를 더듬다
『빨간 기와집』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음을 최초로 밝힌 배봉기 할머니의 증언을 통해 한국의 여성들이 일본이 저지른 전쟁 속으로 어떻게 들어가게 됐는지 꾸밈과 과장 없이 솔직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가 배봉기 할머니를 처음 만난 건 1977년 겨울이다. 이후 10년에 걸쳐 만남을 거듭하면서 70여 시간분의 녹음테이프로 담았고, 이 책은 할머니의 가슴시린 증언과 저자의 치열한 사료 조사 및 취재를 바탕으로 엮어내었다.
식민지 한국사회에서 가난한 집의 딸로 태어나 ‘일하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는 곳’이라는 말에 속아 자신도 모르게 위안부의 길로 들어서게 된 할머니. ‘대일본제국’의 신민으로 오키나와에 끌려가 ‘빨간 기와집’이던 위안소에서 성노예가 되었다. 1972년 오키나와가 일본에 재귀속되면서 불법 체류자로 강제 퇴거 대상이 되자, 체류허가를 얻기 위해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위안부로 오키나와에 끌려왔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리고 특별 체류 허가를 받는 대가로 ‘전 위안부’의 증언자로서 전면에 나서게 된다.
한 사람의 인생을 보면 그 사람이 살던 시대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만난 배봉기 할머니의 삶에서는 식민지 한국사회, 전쟁, 딸들의 굴레가 보인다. 식민지 한국의 여성들이 어떻게 일본의 군 위안부 피해자가 되었는지, 그 전쟁 속에서 인권을 유린당한 그들의 고통이 얼마나 깊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전쟁은 끝났지만 할머니들의 보이지 않는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목차
머리말 - 과장도, 꾸밈도 없는 최초의 증언 … 5
1. 방랑의 세월
만남 … 14
소녀 시절 … 23
흥남에서 오키나와로 … 49
빨간 기와집 … 71
전쟁 … 94
황군皇軍의 신발 … 124
도카시키 섬으로 … 141
2. 세 섬에 설치된 위안소
도카시키 섬 … 156
하츠코의 체험?징용병의 도망?가즈코의 그 후
자마미 섬 … 219
아카 섬 … 253
3. 신례원으로
신례원으로 … 274
해설 근대화의 미로 속으로 … 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