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역사는 침략전쟁의 범죄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역사가 발전하여 이제는 침략전쟁 뿐만 아니라 모든 전쟁 자체를 범죄행위로 규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그만큼 전쟁을 피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는 판단의 결과입니다. 전쟁이 범죄행위인 까닭은 전쟁을 통해 인간 존재 자체가 부인되고, 살아있는 사람들의 인간성을 말살하기 때문입니다. 전쟁범죄에서 가장 주목되는 사항은 인간성의 파괴·말살 행위였습니다. 인간성에 대한 범죄는 시효가 없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이전부터 일본은 이미 전쟁을 통한 제국주의 침략 노선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리고 일본 군부는 침략전쟁을 수행하면서 전장에 ‘위안부’를 동원했고, 그들을 전시 성노예로 전락시켰습니다. 지난날 그들은 침략전쟁 과정에서 강제동원을 통한 인간성 말살이라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시효가 적용되지 않는 인간성에 대한 범죄입니다. 이 때문에 이 문제는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를 넘어 국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관한 관련 자료집 출간은 상당히 저조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사편찬위원회는 학계와 시민사회의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예비 조사를 거쳐 2016년부터 일본군 ‘위안부’·전쟁범죄 자료 수집·편찬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관련 문헌 자료는 여러 층위에서 생산되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생산자는 ‘위안소’의 설립과 운영의 주체였던 일본군, ‘위안부’ 모집과 수송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조선총독부를 비롯한 일본의 국가 기구들이었습니다. 이들은 패전 직후 자신들이 생산한 ‘위안부’ 관련 자료들을 조직적으로 파괴하고 멸실시켰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극히 일부의 자료만이 남게 되었습니다. 우리 기관을 비롯한 유관기관들은 이러한 자료의 수집과 정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위안부’ 자료 생산의 주체 가운데 다른 하나는 연합군이었습니다. 전쟁 당사자로서 연합군은 일본군 문헌을 수집하는 한편, 일본군 포로 심문 기록도 남겼습니다. 일본군이 생산한 ‘위안소’ 관련 자료들은 연합군에 노획되어 영어로 번역되었습니다. ‘위안부’와 ‘위안소’ 운영자들을 심문한 기록들도 남아 있습니다. 연합군 자료는 당사자가 아닌 제3의 위치에서 ‘위안부’ 문제를 바라본 기록입니다. 여기에는 일본군 자료에서 볼 수 없는 위안부 실태에 관한 주요한 사실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동안 국사편찬위원회는 일본을 비롯하여 중국, 미국, 영국 등지에서 관련 자료를 수집해 왔습니다. 국사편찬위원회는 수집된 자료들을 정리해서 2017년부터 2020년에 걸쳐 모두 여덟 권의 자료집을 간행한 바 있습니다. 2021년 올해는 그동안 간행된 1~8권의 자료집에 수록되지 않은 연합군 생산 ‘위안부’ 관련 문서들과 사진들을 모아 자료집으로 간행합니다. 아시아태평양전쟁 과정에서 연합군의 포로가 된 조선인 ‘위안부’, 조선인 간호사, 일본군인, 조선인 노무자 등이 남긴 진술 속에는 전쟁 경험과 일본군의 ‘위안소’ 경영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 자세한 정보가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론 포로들의 진술이 투명한 ‘사실’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고, 심문 과정에서 심문관·통역관·보고자 등에 의해 사실이 왜곡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반대로 일본군이 감추고 싶어했던 전쟁범죄 사실들이 포로의 진술에 의해 기록으로 남게 된 경우도 많습니다. 왜곡된 정보에 대해서는 엄밀한 사료비판을 통해, 사실에 가까운 정보들에 대해서는 관련 사료들의 교차 검토를 통해 일본군의 ‘위안소’ 경영과 전쟁범죄를 둘러싼 역사적 진실에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 자료집은 ‘위안부’와 ‘위안소’를 직접 언급하는 부분만이 아니라, 문서 전체를 번역하여 소개함으로써 자료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이 자료집을 기획한 사료조사실 김득중 실장과 편집·교정·교열을 맡아 수고해주신 이상록·이정은 선생, 그리고 영문 자료 번역에 애쓰신 김지민 선생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본 자료집에서는 문서 소장처와 출처를 정확히 제공하여 자료의 신뢰성을 높이고자 했습니다. 본 자료집이 일반인과 전문 연구자가 신뢰하고 인용할 수 있는 정본(定本) 자료집으로 널리 활용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 자료집 간행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일국적 시각이 아닌 세계사적 맥락에서 이해되고 국제연대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우리는 기존 자료를 넘어 ‘위안부’ 피해자 자신들의 기억을 사료화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당시의 실상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문서, 사진, 동영상 등 추가 자료 발굴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학계와 유관 기관의 적극적 참여와 지원을 기대합니다.
목차
간행사
일러두기
연합군 생산 일본군 ‘위안부’ 관련 사진 및 문서 자료해제
Ⅰ부 일본군 ‘위안부’ 자료 사진편
Ⅱ부 일본군 ‘위안부’ 자료 문서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