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입니다.
연구소는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연구를 촉진하기 위하여, 지난 2018년 8월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여성가족부 보조금 사업으로 시작되었습니다. 2021년 정부 출연금 사업으로 전환되는 것을 계기로 안정화의 기반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관련 주제의 아카이빙, 조사연구, 학술기획, 민간단체 교류 협력, 피해자 맞춤형 지원 등 다각적인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각 사업의 성격은 다르지만, 연구소의 모든 일은 전쟁과 여성 인권 이슈에 관한 사회적 논의의 활성화라는 목표를 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소의 지향은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후기 식민사회의 지식 구성에 대한 문제의식과 연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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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장애인 단체의 지하철 시위가 있었습니다. 당시 언론은 시위 참가자를 향하여 “먹고살게는 해 줘야지, 출근해야 먹고살지”, “왜 죄 없는 시민을 괴롭히냐”라고 말하는 장면을 ‘시민의 반응’으로 소개하였습니다.
뉴스를 접하면서 “먹고살게는 해야, 왜 시민을 괴롭히냐”라는 말은 오히려 시위 참가자들이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말은 “장애인은 먹고살기 위해 노동하지 않는 사람”, 즉 비장애인과 똑같은 시민이 아니라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들의 모든 움직임을 ‘장애’라는 한 가지 속성으로 환원하고 있습니다.
인간에게 한 가지 속성만을 부여(허용)하는 사회적 태도, 현재의 ‘위안부’ 문제가 논의되는 방식이 이와 비슷한 구도 속에 있는 것은 아닌가, ‘그들’에 대해서 정의(定義)할 수 있는 ‘나’라는 인식주체와 대상을 구분 짓는 이분법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자는 말을 할 수 없거나, 하지 않거나, 혹은 김숨 작가님의 표현대로 “말을 참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피해자가 말을 참고 있는 것이라면, 남은 이들은 우선은 기다려야 하고, 기다리며 들을 수 있는 방법론, 즉 듣는다는 태도를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 비로소, 지난 2020년 5월 피해자의 기자회견 전후의 논의 상황, 더 거슬러 올라가서 국민기금과 화해치유재단을 둘러싼 논의 속에서 사라져버린 피해 생존자의 말, 더 거슬러 올라가 정부에 등록하지 않은 분들의 목소리가 들리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연구소는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연구와 운동의 성과를 계승하면서 세상에 드러나지 못하였던 이들의 목소리를 가시화하여 그 의미를 여성 인권의 입장에서 재조직화하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